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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는 잘 잊어버립니다. 초기 단계에선 주로 가까운 과거의 사건을 까먹습니다.

예를 들어 케스터르 프레릭스 Kester Freriks의 소설에 나오는 어머니처럼 뭘 하고자 했는지 자주 까먹습니다.

 

아들의 눈에 비친 치매 어머니의 모습은 이렇다.
기억에 뚫린 검은 구멍이 자꾸만 커졌다. 
상태가 안 좋은 날은 하릴없이 집 안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들어서 자꾸만 비틀대고 삐걱댔다.
부엌에 커피를 끓이러 갔다가는 사과 주스와 감자 껍질을 들고 왔다.
우체통을 보러 간다고 하고서는 다락으로 올라가서 거기 두고 잊어버린 장난감 상자들, 
갑자기 혼자 움직이는 흔들 목마, 
해진 짚 매트리스가 깔린 침대틀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거실에 간다고 해놓고는 숲으로 이어지는 뒷마당에 서 있었다.
전화가 울리면 초인종을 향해 달려갔다.
정신도 온전치 않아 성냥개비에 불을 붙여 놓고 그것을 보면서 말했다.
"얼음처럼 차갑구나"
입을 열 때마다 의도와는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케스터르 프레릭스(Kester Freriks)의 소설 중 일부-

 

 방금 전에 냄비를 가스 불에 올려놓고도 까먹고 10분 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며 오전에 장을 봤는데 또 장을 보러 나가겠다고 합니다.


치매 환자의 기억은 더 이상 일상생활의 안내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병이 더 진행되어 망각이 심해지면 무엇으로 욕구를 채워야 하는지도 몰라서 양치액으로 입안을 헹군다면서 세제를 마십니다.
또 다른 치매 증상은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요리를 할 수 없게 되고 커피를 끓일 수 없게 됩니다.
리모컨 조작을 못하고 계산을 못합니다.
아주 간단한 문제도 해답을 찾지 못합니다.
자기감정을 통제할 수 없고 남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합니다.
그러다 병이 더 깊어지면 결국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는 의사표현이 안되고 자기 몸을 간수하지 못하며 가족을 알아보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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